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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

2009/10/14 22:19, 글쓴이 잡종
여행을 다니면 호텔이나 민박을 잡아서 숙식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이민 간 친구네 집에서 묵었다.
 
친구는 한국에서 결혼해서 애기도 낳고  회사도 잘 다니다가,
어찌어찌한 계기로 이민을 결심한다.
한국에서 호주 영주권을 취득한 후에 시드니로 이주해서 살고 있다.
지금은 시드니대학교 대학원을 공짜로 다니고 있고, 애기 양육비가 나라에서 얼마씩 나오며,
극빈층(수입이 없으니)이라 애기 놀이방(Child care center)도 거의 공짜고,
얼마 전에는 Recession이라고 $100씩 나라에서 받았다고 한다.
아뭏튼 그렇게 살고 있는 친구네 집에 얹혀 지내고 있다.

보통 호텔이나 민박에 묵으며 여행할 때는,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모습은 보지 못하니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 보며 막연한 환상을 품게 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착하자마자 친구네 집에 들어가서 생활을 하고 있으니,
10시간이라는 장시간동안 비행기로 이동했다라는 것만 빼면,
내가 가보지 못한 우리나라 어디 대전이나 청주 쯤 어딘가에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간 것 같다.

우리나라 지방 도시에 가봐야 모르는 사람들이랑 얘기하면서 여행 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혼자 여행을 했기 때문에,
길을 모르거나 무슨 일이 생겼거나 할 때, 우리 말이 아닌 영어를 쓴다는 것과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만 빼면,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것과 외국에 나와서 여행하는 것은 사실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지금은 더구나 우리말을 사용하는 친구집에 와서 지내면서,
따뜻한 쌀밥 먹고 지내고 있으니 더욱 실감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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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의 친구집은 Hurstville이라는 동네인데,
한국인들 몰려사는 동네가 있듯이 여기는 중국인들이 몰려사는 곳이다.
 
친구 집에 도착해서 근처 City Rail(시드니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역 대합실의 5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내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온 것인지, 베이징에 온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지하철을 타니 더 가관이었다.
중국인들 외에 동남아, 중동 등등 아시아계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 나라의 언어를 쓴다.
지하철에서 가만히 소리를 듣고 있자면,
한 곳에서는 중국어로 떠들고 있고, 한 쪽에서는 뭔지 모르는 동남아말, 중동말로 떠들고 있다.
영어를 듣는 것이 더 어색하다.
 
시내를 나가서면 더 심해진다.
한국말까지 들린다.
호주라는 나라는, 당췌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지...
워낙 이민을 장려해서 다민족 사회라고는 들었으나,
이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다.

내가 시드니에 온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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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보거나, 멋진 경치들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느낌이다.
중국 장가계에 가서 멋진 풍경을 보는 것과
호주 블루마운틴에 가서 멋진 풍경을 보는 것은
서로의 풍경이 다르다는 것 외에 그 둘을 보고 느끼는 감정의 차이점은 없다.
 
그것이 어느 나라이건간에 멋진 풍경을 보고
아드레날린이 샘솟으며 마음이 리프레쉬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은 동일하다.

사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시간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을 것 같다.
그 아드레날린이 유지되는 시간은 길어야 약 30분 정도.
그 이후에는 비슷하게 이어지는 풍경에 금새 익숙해지고
처음 볼때의 신선한 기분이 사그라들며
힘들고 지치고 배고픈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게 된다.

멋진 풍경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면 충분하다.
멋진 풍경을 보고, 가슴 속에 담고, 사진을 찍고, 그 기분을 만끽하는 것까지치면
몇 십분이면 된다.

멋진 풍경의 의미는,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봤다는 기쁨,
자연(natural object)이라면 신이 만들어놓은 멋진 자연의 경외감,
인공물(Artifact)이라면 인간이 만들어놓은 멋진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
 
내가 시드니에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파란 바다와 멋진 빌딩숲이 어우러진 미항을 보고,
포트 스티븐에서 넓게 펼쳐진 해변과 그 뒤에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보고,
하이드파크와 The Domain에서의 확트인 잔디밭과 푸르른 나무들을 보고 나서는,
 감정의 아드레날린들이 주체못하고 언제까지나 이런 흥분이 지속될 거라는 기대가,
결국 지속된 아름다움에 감정이 고갈되어 지쳐버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왓슨 베이와 갭 파크, 본다이 비치와 콩지의 해변 도로들이 아직 남았건만,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굳이 외국에 나가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자 하는 것은,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고,
우리나라의 것들은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볼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일 꺼다.
단지 멋지다..라는 것을 느끼기 위해 굳이 외국까지 나갈 필요는 없다.

새로운 곳에 간다는 설레임,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것,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어색함을 느껴보는 것,
마음을 리프레쉬하는것,
새로운 곳에서 헤메어보는 것,
헤메며 찾아가며 성취하는 것,
새로운 음식을 맛 보는 것,
새로운 동네의 향기를 맡는 것,
익숙하지 않은 소리들을 들어보는 것,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는 것,
나와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여행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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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4 22:19 2009/10/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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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에 갖힌 문화

2009/09/26 15:17, 글쓴이 잡종
몇 년 전 UCC 열풍이 불어닥친적이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자체가 사용자가 생산하는 컨텐츠로 이루어진 것일진데,
때마침 유튜브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였고,
텍스트, 사진 위주에서 동영상으로 컨텐츠가 확장할 때에
'UCC'라는 무언가 그럴 듯한 용어로 표현되면서
세상에 없던 무엇인가가 짠 나타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었다.

허나, UCC라는 것도 들여다보니,
개인 창작 컨텐츠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공중파 방송, 뮤직비디오 등 저작권 컨텐츠를 재배포하는 것이 대다수라는 것이 드러나
저작권 관련 문제 등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야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텔미댄스 등 대중 문화를 re-phrase한 것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너무나 한정되어 있다.
온 국민이 우리의 대중문화에 목을 빼고 관심을 갖고 있다.
술자리에서 얘기에 낄라면, 요즘 인기 드라마쯤은 줄줄 꿰고 있어야 한다.
2차로 노래방이라도 갈라치면, 최신 인기가요쯤은 익혀놓아야 한다.

온라인 세상도 마찬가지.
포털의 메인 뉴스 헤드라인은 연예 뉴스로 발려있다.
(그나마 다음은 나은 편. 편집권을 신문사에 넘긴 네이버 메인은 오히려 더 심하다)
유명 블로거가 될라면, 대중문화에 대해 까야한다.
오늘 밤 티비에 나온 오락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해야 방문자가 는다.

최근 오픈한 구글 토픽은 어떨까.
다음, 네이버와 달리 편집자가 손대지 않고, 그들만의 알고리즘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구글 토픽은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입력한 검색어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외 뉴스, 블로그 등에 많이 등장한 주제까지 포괄적으로 분석해 토픽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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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연예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관심있어하는 토픽이 연예 얘기밖에 없나.
아님 인터넷 사용자의 특성상 연예 얘기를 좋아하니, 일부러 그렇게 구성을 했나.
이렇든 저렇든 씁쓸하다.

이것이 우리의 문화다.
중앙집중적으로 생산해내는 방송사에서 만들어주는 컨텐츠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것도 몇 개 안되는 공중파 채널인데.

티비 속에 사는 사회.
티비 속에 갖힌 문화.

자우림이 김윤아가 몇 년전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대한민국의 음악을 포함한 문화계가 오래지 않아서 다 죽는다고 생각한다...
 (중략)...소비자들은 즐겁게 망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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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6 15:17 2009/09/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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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taste

2009/08/27 23:58, 글쓴이 잡종
엘리아스는 서구인이 가진 취미라는 것 역시 문명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문명화 과정에서 사람들의 원거리 지각 능력은 퇴화하는 반면, 근거리 지각에 따른 쾌, 불쾌의 감정은 극도로 발달하고 여기서 섬세한 오감의 능력, 즉 취미라는 것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진중권 (2007). 호모 코레아니쿠스, p.143

내가 taste라는 말을 접하게 된 것은,
진중권의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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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taste(취미)라는 것을 위와 같이 설명한다.
무식한 공돌이라 taste라는 단어가 미각(味覺) 외에 다른 뜻으로도 사용되는지 처음 알았다;;

이 책에서는 taste의 개념을 간략히 설명하고,
오감에 대한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쓴 터라,
taste 자체에 대한 더 많은 얘기를 접할 수는 없었다.

taste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말 그대로 taste(취향)라는 책이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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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저자는 taste를 취향이라고 사용하는데,
취미라고 하면, hobby라는 느낌이 강하고,
안목이라고 하면, 고급을 보는 눈이라는 의미에 치우친 것 같아,
사물을 차별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란 뜻으로 '취향'이라는 단어를 선택한다.

검색을 살짝 해보니,
taste라는 단어를 '취향'으로 번역한 전문서적들이 눈의 띈다.

이 책은 뉴욕에 사는 저자가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과 샵 등을 돌아다니며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쓴 것인데,
취향에 대한 내용보다는, 뉴요커들의 취향에 대한 관찰에 더 무게가 실린다.
그들의 신변잡기적인 얘기말고도 깊이 있는 글들도 많은데 왠지 묻힌 느낌이다.

취향에 대해 확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 그대로 인용한다.

... 취향은 '차별적'이기도 하다. 취향이란 빨간색을 좋아하느냐, 파란색을 좋아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 파란색을 좋아한다면 어떤 파란색을 좋아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코발트블루인지 울트라마린블루인지 프러시안블루인지의 문제이자 또는 지중해의 따뜻한 파란색인지, 일몰 후 하늘을 뒤덮는 맑고 깊은 파란색인지, 세잔의 투명하면서도 견고한 파란색인지의 문제인 것이다....    
남상미(2008), 취향, pp.106-107

그러면서, 취향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과 교육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며,
단순히 좋아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여름 휴가 때,
시드니의 Tab (Bar나 Pub같은 곳인데, 호주에서는 Tab이라고 부른다네요)에서
생맥주를 몇 번 마실 기회가 있었다.

워낙 맥주를 좋아해서, WA bar같은 세계 맥주 파는 가게에서
여러 맥주들을 마시는 것을 즐기는터라,
호주 맥주가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병맥주는 우리나라에서 사 먹어도 똑같을 것이니,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생맥주를 주문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 TOOHEYS에서 밀고 있는 'TOOHEYS NEW'

하얀 거품에 적당히 맑으면서도 적당히 뿌옇고 노란 맥주는
부드러운 거품과 우리나라 생맥주와는 달리 生한 맛이 덜하고 톡 쏘는 맛이 잔잔하여
첫 목넘김에도 부드럽게 넘어갔다.
역시 호주 맥주 맛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다른 맥주를 시도해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OOHEY의 sub brand인듯

어라- 이거 뭐가 다른 거지?
분명 다른 맥주를 시켰는데도 맛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
맥주 이름은 다르지만 브랜드가 같아서 그런가 싶어 다른 브랜드의 맥주를 마셔봐도 마찬가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Carlton과 VB(Victoria Bitter)

순간 호주 맥주에 대해 실망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가 여러 맥주들 맛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일뿐,
얘네들은 이 비슷한 맛들간의 차이를 구별하며 즐기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인당 맥주 소비량이 호주가 세계 4위라니,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과 교육을 통해 얻어진",
"단순히 좋아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들의 맥주의 취향(taste)은
분명 굉장히 발달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 가게가 불량 가게라서 실은 같은 맥주인데 다른 브랜드로 속여 파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호주 애들이 선호하는 맛이 있어,
다른 브랜드의 맥주라도 그 맛에 가까와지기위해 맥주 맛들이 서로 비슷해졌을지도 모른다.
주문할 때, 이것들 맥주 맛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볼걸 그랬나.

암튼,
시드니의 맥주집에서 생맥주를 마시며 느낀 '취향'에 대한 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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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7 23:58 2009/08/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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